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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 커피만 마실 거예요? (가제)
작가 : 긍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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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 커피만 마실 거예요? (가제)

  • 등록일2024.04.09
  • 조회수1903

 


공작님, 커피만 마실 거예요? (가제)




1화

 

“앗. 여기가 어디야?!”

 

오늘도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내 메이드 복을 보고 또 새삼스레 놀랐다.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니.‘

 

평소 좋아하던 소설 속에 빙의 된 지 한 달째.

내가 결말까지 보기 위해 사용한 코인이 몇 개인데! 고작 하녀로 빙의되다니!

 

“아악. 내가 쓴 코인만 해도 벌써 내 집 마련은 했겠다!”

 

아침에 일어날 적마다 분해서 외치던 말이었다.

 

벌컥. 쾅.

허름한 방문이 세차게 열렸다.

 

“바이올렛! 얼른 일어나!”

“앗. 클로이.”

 

클로이는 공작가 하녀 중 정보통이자 내 선임이며, 동갑내기 친구였다.

그녀는 내 몸 가까이 무언가를 들이댔다.

 

“대박. 향이 너무 좋은데?!”

 

나는 은은한 커피 향에 이끌려 몸을 일으켰다.

 

“대? 대박? 그게 무슨 말이야? 바이올렛?”

“아. 아무것도 아니야. 클로이. 오늘 커피 향 진짜 좋다.”

“바이올렛? 커피를 알아?”

 

클로이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으응.”

“쳇. 펠릭스 씨 나한테만 알려준 게 아니었구먼!”

 

나는 클로이의 물음에 얼버무리면서 대답했다.

클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넘어가는 듯, 다시 나에게 말했다.

 



“바이올렛 말대로 오늘 커피 향이 너무 좋아. 얼른 가서 먹자” 

명량하고 발랄한 갈색 머리 소녀 클로이. 그녀와 나는 성격이 잘 맞았다.

게다가 입맛도 잘 맞아서 나는 클로이와 같이 아침마다 티타임을 하는 게 즐거웠다.

 

“바이올렛. 여유 부릴 시간 없어. 우리 늦었어.”

“뭐가 늦었다는 거야? 평소랑 다른 게 없는데?”

“오늘은 데이비드 공작님이 오시는 날이란 말이야. 빨리 준비해.”

 

클로이는 평소보다 상기된 얼굴이었다. 그 잘나신 공작님이 오늘 오는 날이구나.

 

“그래. 그 재수 없는 공작님.”

“뭐래. 얼굴이 잘생겼으면 다 된다고! 얼굴만 잘생겼나?! 키도 크고! 몸도 좋은걸?!”

“그래. 다 갖췄는데 성격이 참 별로잖아. 그 공작님 덕분에 티타임도 마음대로 못 하네.”

 

클로이는 내 손을 잡고 중앙 거실을 향해 이끌었다.

 

“오늘도 공작님은 잘생겼겠지?!”

“어. 그래.”

 

클로이는 공작가에서 유명한 데이비드 공작님 팬 1호였다. 나는 그 팬 1호의 극찬을 매일 듣다 보니 이젠 데이비드라는 공작 이름만 들어도 진절머리가 날 지경에 이르렀다.

 

“안녕하십니까.”

 

집사들과 하인들이 넓은 거실 중앙에서 공작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물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우리는 공작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집사장에게 무어라 말하며 지나가는 공작의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공작이 잘생긴 건 인정해.”

“그렇지?”

“응. 우리 아직 시간 남았지? 어서 가서 커피 마시자.”

 

나는 클로이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재촉했다.

주방으로 가니 커피 향이 더 번져가고 있었다.

커피에서 풍겨오는 은은하고, 쌉싸름하면서 달콤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오! 되게 맛있다.”

“진짜 커피 향도 맛도 죽인다!”

 

클로이가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편 주먹을 보이며 최고라는 표현을 하고 있을 때였다.

 

“거기 누구지?”

 

묵직하면서도 카리스마가 가득한 목소리였다. 우리는 흠칫 놀라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어떡해, 어떡해. 바이올렛.”

“왜? 집사장님이셔?”

 

클로이가 나에게 오두방정을 떨며 속삭여 왔다. 이유는 데이비드 공작이 뒤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하는 거냐.”

 

공작의 목소리가 더 낮게 들려왔다.

 

“일하기 전 시간이 좀 남아 커피를 마시려고 했습니다.”

“커? 뭐?”

공작은 이상한 단어를 들은 듯이 되물었다.

 

”커피입니다.“

”커피라는 그거.“

 

공작은 우리의 커피를 바라보았다.

 

”향이 괜찮다.“

“한 잔 드릴까요?”

 

데이비드 공작은 대답 대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공작의 물음에 대답하는 동안 내 옆에 찰싹 붙은 클로이는, 나의 옷소매를 꽉 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너.”

“네. 공작님.”

“서재로 가져와.”

“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공작은 다시 돌아갔다. 클로이가 내 팔을 짝짝 때려왔다.

 

“어떡해. 너무 잘생겨서 난 한 마디도 안 나왔어.”

 

호들갑 떠는 클로이를 보며 나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그래 보여서 내가 다 대답했잖아.”

“꺄아. 너무 잘생겼어. 공작님 얼굴은 볼 때마다 복지야 복지!”

“클로이. 아까 그렇게 말하지.”

“바이올렛도 참. 어떻게 그렇게 말해. 너무 놀라 대답도 못했는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공작의 커피를 따르고 있었다.

 

“오늘 향은 여태 나던 향과는 좀 다른 것 같아.”

 

다정한 말투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아. 루카스! 오늘은 커피야.”

 

주방에서 일하는 루카스. 루카스는 항상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얼굴도 반듯한 훈남형 얼굴에, 말투도 얼마나 상냥한지.

나는 오히려 공작보다 루카스가 더 잘 생겼다고 클로이에게 말했었지만, 클로이는 극구 부인했었다.

 

“안녕. 루카스!”

 

내가 코를 찡그리며 눈웃음을 보였다.

클로이가 장난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클로이가 눈빛으로 장난치는 걸 눈치채고 모른 척 넘어갔다.

 

“루카스는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오늘 먹고 싶은 빵이 있어서 반죽을 미리 해두려고.”

 

루카스는 나를 바라보았다.

 

“바이올렛. 이따가 너도 올래?”

“그래도 돼?”

“그럼. 당연하지.”

 

당연하다는 루카스의 말에 신이 난 나는, 루카스를 더 기분 좋게 하고 싶었다.

 

“루카스가 구운 빵은 항상 맛있잖아! 이따 쉬는 시간에 올게!”

 

루카스는 내 칭찬에 기분 좋은 듯, 미소 지었다.

 

“클로이. 나 이거 공작님 서재에 얼른 가져다드리고 올게.”

“그래. 다녀와.”

 

쟁반에 받쳐 커피를 들고 서재에 가려는데 루카스가 질문을 던져 왔다.

 

“바이올렛. 이번 주에도 광장에 갈 거야?”

“응! 이번 주에는 금요일에 다녀오려고!”

 

루카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나를 바라보며 물어왔다.

 

“같이 갈까?”

“진짜? 같이 가주면 나는 너무나도 좋지!”

 

루카스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의 볼이 붉게 상기되는 게 느껴졌다. 부끄러워 얼른 고개를 숙이고 서재로 향했다.

 

“광장에 갈 때 같이 갈 사람 없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말해도 돼.”

 

내 뒷모습에 대고 루카스는 말을 이었다.

 

“정말?”

 

내가 뒤돌아서 루카스를 향해 되물었다.

 

“그럼! 난 바이올렛이랑 함께 광장 가는 게 너무 재밌어.”

“고마워.”

 

루카스의 양 볼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를 의식하자 나도 볼이 상기되는 게 느껴져 서둘러 서재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 복도를 한참 걸어갔다. 그리고 서재 문 앞에 섰다. 심호흡하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데이비드 공작님. 바이올렛이라고 합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어.”

 

큰 문을 밀고 들어가니 공작가답다 싶을 만큼 큰 책꽂이가 보이고, 높이 순대로 정렬하게 맞춰져 꽂혀있는 책들.

가지런히 놓인 서류들이 보였다.

 

“바이올렛이라고 했던가?”

“네. 공작님 커피 여기다 내려둘까요?”

“그래.”

 

공작은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위아래로 쭉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혼자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평민 출신이라고 하던데?”

“네.”

“내가 좋은 기회 만들어 주겠다.”

“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데이비드가 순간 미소를 짓자, 불안함이 엄습해 왔다.

 

“바이올렛.”

“네. 공작님.”

“1년 동안 내가 네 남편이 되어주지.”

 

‘응?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야?’

 

순간 굳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서서 공작을 쳐다보았다.

 

“네?!”

“딱 1년.”

 

‘남편’ , ‘아내’라는 단어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그리고 소설 속 남자 주인공, 공작의 상대는 따로 있는데?

이야기가 왜 이렇게 흘러가는 거야?

 

“저 공작님?”

 

나는 내가 들은 게 맞나 싶어 어안이 벙벙했다.

 

“제가 잘 못 들었습니다만?”

“1년 동안 남편이 되어주겠다.”

“네?!”

 

‘잘못 들은 게 아니네?’

 

“결혼을 갑자기... 왜요?”

“뭐?!”

“아니 그러니까.... 저는 평민이고 공작님은 귀족이신데....”

“오히려 신분 상승하고 좋은 거 아닌가?”

 

나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복잡하고 번거롭고 무엇보다도 사랑도 없는 사이인데... 굳이 왜... 일을 이렇게...”

“커피 맛이 좋고, 너라면 일 처리도 깔끔할 것 같고.”

 

공작이 미쳤나 보다.

 

“지금 결혼 상대로 말씀하시는 거 맞으세요?”

“그래.”

 

공작이 정말로 일 중독자라고 하더니.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어떻게 되었구나.

 

“공작님.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셔야죠.”

“사랑?”

“네. 사랑하는 사이의 사람이 하는 게 결혼 아닌가요?”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강조해 말했다.

 

“같잖은 사랑놀이.”

“네?”

“필요하면 하고.”

 

공작은 자기 할 말만 하면 된다는 듯, 이어 말했다.

 

“계약 결혼하면, 커피로 성공도 하게 될 텐데.”

 

네? 성공이요? 잠깐만. 여기는 아직 커피를 잘 모르는 세계인데?

근데 나는 바리스타였단 말이지. 이건 기회야. 현생에서 못 이뤄본 부자의 꿈! 여기서 이뤄봐?

 

“정말이에요?”

“그렇다.”

“그러면 커피 사업의 수익은 제가 가질 수 있는 건가요?”

“뭐?”

 

공작은 어이가 없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신부로 맞이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일 아닌가?”

 

공작이 정색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네? 공작님. 저 잠시 생각할 시간이...”

“결혼식은 바로 할 수 있도록 하지.”

“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 싶었다. 공작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화가 났다.

 

자꾸 자기 할 말만 하고 있잖아?

그리고 수익도 가질 수 있는 건지 대답도 정확히 안 해주고 있어.

 

공작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내가 말했다.

 

“저는 결혼 하기 싫습니다.”

“이봐. 네가 지금 크게 착각하고 있는듯한데. 너에겐 선택권이 없다.”

“왜 없어요?! 저랑 결혼하고 싶으시다면서요?”

“네가 싫든 좋든 너는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클로이는 대체 이 제멋대로인 공작이 어디가 좋다는 건지.

공작의 자신만만한 저 태도며, 배려 없는 말투며, 순간 확 성질이 올랐다.

 

“말뜻을, 이해를 못 했나 봐? 하녀라, 머리가 멍청한가?”

“네?”

“아니면 커피라는 거.”

 

공작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내 눈을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

 

“자신이 없나?”

“네?!”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이래 봬도 미래에서 온 바리스타야.

내 커피 보는 안목을 뭐로 보고! 넌 날 잘못 건드렸어!

 

“공작이 말하면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 어디 한 번 경험해 보든가.”

 

얄미웠다. 거만한 태도며 날 내려보는 듯한 저 눈빛, 말투, 표정 하나하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넘쳐 올라왔다.

 

“하죠. 계약 결혼.”

 

공작은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나는 이어 말했다.

 

“대신 딱 1년이라는 기간 꼭 지켜주세요.”

 

공작은 말없이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 하나 더, 저희 사이에 사랑이란 감정은 없어야 해요.”

“사랑?”

“네.”

 

공작이 노골적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피식, 비웃었다.

 

“그런 일은.”

 

공작이 말하고 이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은 전혀 없을 거다? 이거지? 지금?’

 

“네. 그럼, 다행이네요.”

 

배려 없는 공작의 행동에 내가 대답했다. 홧김에 계약 결혼을 하겠다고 대답해 버렸다.

내 성질에 못 이겨 일을 키워서 하겠다고 하는 건, 현생에서나 여기서나 고칠 수가 없는 성격인가.

 

“뭐해?”

“네?”

 

공작은 문을 보며 까닥 고갯짓했다.

 

“공급처 알아보러 가야겠다.”

“지금 바로요?”

 

공작은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황스러웠다. 계획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데이비드 공작은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파트너로서 괜찮겠어.”

 

공작의 중얼거림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되물었다.

 

“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방금 파트너라고 한 것 같은데?’

 

나는 파트너라는 단어에 두 뺨이 조금 붉어졌다. 그리곤 나도 중얼거렸다.

 

“파트너라니...”

“뭘 생각하는 거지? 사업파트너를 말한 건데.”

 

데이비드 공작은 나에게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순간 나는 귀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공작이 내 반응이 재밌다는 듯,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순간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들키자 너무 부끄러웠다.

빨리 돌아가 클로이와 못다 한 티타임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가봐.”

 

귀에 대고 공작이 조용히 말했다. 붉게 물든 귀가 한층 더 붉어져 터질듯했다.

나는 얼른 문을 열어 서재에서 나왔다. 서늘한 복도의 공기가 귀를 식혀주었다.

 

‘하. 정신 차려.’

 

복도에 서서 좀 진정하고 올라왔던 계단을 다시 내려갔다.

한참 동안 서재에서 돌아오지 않아서였는지 클로이는 나를 아주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공작님이 뭐라고 하셨어?”

“음. 그게... 그러니까...”

“응! 뭐라고 하신 거야? 생각보다 오랫동안 오지 않아서 한참 동안 기다렸다고!”

 

나는 클로이의 행동이 예상되었다.

클로이의 심신 안정을 시키기 위해, 캐모마일 티를 한 잔 준비해 먹여야겠다 싶었다.

 

“캐모마일이 어디 있지?”

“바이올렛! 갑자기 캐모마일?”

 

루카스가 캐모마일을 건네오며 물어왔다.

 

“여기 있어. 무슨 일인데 그래?”

 

‘루카스는 안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왜 루카스에게 미안하지?’

 

“바이올렛. 빨리 말해줘. 너무 궁금해!!”

“일단 캐모마일 티를 좀 마셔. 클로이는 마셔야 할 것 같아.”

 

클로이가 너무나도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계속 쳐다보았다.

내 대답에 루카스도 궁금한지,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게... 그러니까....”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했다.

클로이가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내가 선뜻 말을 더 못 꺼내고 있는데,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보러 가야겠다.”

 

데이비드 공작이었다.

 

“지금이요?”

 

공작의 대답은 없었다. 그는 나를 매서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

 

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클로이와 루카스는 내 답변이 궁금하다며 쳐다보았고, 나는 지금은 절대 말해줄 수 없었다.

공작이 의아한 듯,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내 말 안 들리나?”

“네?”

“나오라고.”

 

공작이 역정을 내며 말했다.

 

“네.”

 

‘뭐야. 아까는 나중에 갈 것처럼 가라고 해 놓고 지금 사업체 보러 바로 가자는 말이었어?

무슨 성격이 이랬다저랬다. 성격도 완전 급해. 볼수록 더 별로야.’

 

나는 속으로 공작을 욕해댔다.

곧장 방으로 내려가 겉옷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나오는 길에 클로이가 나에게 다가오며 속삭여 왔다.

 

“바이올렛. 공작님이랑 어디가?”

“아. 나 잠깐 밖에.”

“지금? 나한테 설명하다 말고? 이렇게? 갑자기?”

“응. 그게 좀. 일이 생겨서.”

 

클로이가 의문스러운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뭐해?!”

 

신경질 내며 말하는 공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가요.”

 

클로이가 뒤에서 짜증 섞인 듯한 공작 목소리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곤 다시 나를 쳐다보면서 입 모양으로 ‘뭔데?’ 하고 물었다.

 

“나중에. 나중에 설명할게. 다녀올게.”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클로이에겐 나중에 이야기하면 되겠지.’

 

나는 공작에게 꾸중이라도 들을까 걱정되는 아이처럼 총총걸음으로 서둘러 나갔다.

마당에는 마차가 벌써 준비되어 있었다.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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